사람들은 누구나 기억하기 싫은 상처와 아픔과 억눌림과 분노와 좌절 등을 몸으로 경험하며 가슴에 담으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 심지어는 그러한 느낌을 주는 장소를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반면에,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일들도 있다. 당연히 유쾌하고 행복한 경험을 한 곳을 잊지 못하고 자주 그곳을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한다.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까? 그곳만 가면 왠지 마음이 울컥해지고, 살아가면서 얻은 감정의 찌꺼기, 마음의 짐들이 풀린다.
이렇듯, 한 장소는 우리에게 고통과 분노와 쓰라림을 기억하게 하는가 하면, 희망과 치유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사랑했고 돌봐주었고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며 그토록 아꼈던 제자들이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방금 전에 말씀하셨던 예수님. 그러나 그분은 바로 이어서 놀라운 말씀을 하신다. 다시 살아나시겠다는 것이다. 너희 모두가 다 나를 버릴 것이고 나는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나의 몸과 피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실 것이라니! 당시 제자들로서는 매우 믿기 힘든 말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 이보다 우리에게 더 큰 위로와 희망을 주시는 분이 있을까?
다시 살아나실 것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은 그냥 살아나셔서 어디로 사라지시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을 다시 만나실 것인데 그 장소가 바로 ‘갈릴리’이다.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예수님의 따뜻하고 돌보는 마음을 가장 엿볼 수 있는 장면 중의 하나이다. 한 번 상상해보자. 이 말씀을 하고 계신 앞뒤 장면들은 어둡고 칙칙하고 의연한 분위기이다.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제자들 사시에 팽팽한 긴장감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예수님은 죽으시지만 죽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들의 추억이 깊이 배어있는 갈릴리로 먼저 가 제자들을 기다리시겠다고 하신다.
갈릴리. 그곳은 예수님이 어려서부터 지내시고 복음을 외치셨던 곳이다. 특히 제자들과의 관계에서, 그들을 부르신 곳이 갈릴리였다. 베드로가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허탈해 하고 있을 때, 예수님이 그로 하여금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도록 하신 곳, 그래서 “이제 부터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고 말씀하신 곳, 그곳이 바로 갈릴리이다.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 처음 사귐이 시작된 곳, 그들의 가슴에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결심으로 어선과 부모를 내려놓았던 열정이 있었던 곳, 바로 그곳에서 예수님은 다시 제자들을 만나시겠다고 하신다. 예수님은 그곳에서 제자들을 다시 만나 애틋한 정과 추억들을 나누시며 제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다시 살아남’을 확실히 믿게 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믿음이 약하여 흔들리기 쉬운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넉넉하고 세밀한 마음, 얼마나 감사한지!
고통, 상처, 허탄함, 절망, 울부짖음 속에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가? 극심한 어둠 속에서 떨고 있는 당신을 향해,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갈릴리에서 너를 다시 만나리라.” 처음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님의 사역과 말씀에 은혜를 경험한 자리와 순간을 기억하는가? 그곳으로 다시 가야 한다. 직접 가기 힘들면 우리 마음속으로 그곳을 그리면서 돌아가 보자. 말씀이 좋고, 그 말씀대로 사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여 열심을 냈던 그 광경을 다시 마음에 품고 오늘을 다시 한 번 살아가 보자. 분명 성령님이 도우실 것이다. 나에게는 돌아갈 갈릴 리가 어디인지 곰곰이 살펴보자.
[나의 내면 살피기]
오늘 본문과 묵상을 다시 점검하고 묵상 포인트를 살피면서 ‘갈릴리, 치유의 장소’와 연결하여 나의 내면을 잠시 들여다보자.